본문 바로가기
클래식

라보엠 La Boheme과 푸치니 그리고 등장인물의 특징

by BRAVO71 2024. 6. 14.

오레라 라보엠의 배경인 파리
오페라 라 보엠의 배경인 파리 시내의 전경

오페라 La Boheme과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과 푸치니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베르디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오페라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는 전통적 이탈리아 오페라부터 베리즈모 오페라까지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작곡가였습니다. 1895년 '마농 레스코'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는 다음 해인 1896년 '라 보엠'을 발표하며 명실상부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의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푸치니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관현악적 편성, 멜로디, 스토리 등 모든 부분에서 그 열망을 추구한 작곡가입니다. 오페라 라 보엠은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Henri Murger)가 1851년 발표한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Scenes de la boheme)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접한 푸치니는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꾸밈없는 모습을 그린 사실주의적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주의(Verismo) 오페라는 당시 문학, 예술을 이끄는 하나의 큰 맥락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오페라는 신화에 등장하는 신, 역사적 영웅, 왕, 귀족들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사실주의 오페라에서는 관객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이 소제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이 작품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과 오페라 등장인물이 하나가 되는 게 쉽기 때문입니다. 감정이입이 되기에 충분한 스토리를 푸치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하며, 감정적이며 때로는 격정적인 멜로디가 하나가 되는 작품이 바로 라 보엠인 것입니다. 푸치니의 인간 내면을 정확히 포착하고 풍부하게 표현하는 뛰어난 능력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그들의 사랑, 갈등, 이별, 우정, 희생을 아름답고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등장인물들의 특징

자코모 푸치니가 생명을 불어넣은 라 보엠의 등장인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여주인공인 소프라노 '미미'입니다.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시인 로돌포와의 첫 만남에서 시인의 감성과 열정에 깊이 빠지는 낭만을 가졌으며, 그녀의 말투와 행동은 온화하며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게 해 줍니다. 로돌포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아리아인 'Mi chiamano Mimi'에서 자신의 가난한 삶과 외로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주는 정직함 또한 가진 사람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테너 '로돌포'는 시인입니다. 1막에 나오는 그의 아리아 'Che gelida manina'는 그의 성격적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한번 본 미미에게 깊이 빠져버리는 충동적이며, 시인다운 풍부한 감정과 표현 능력을 가진 낭만주의자입니다. 그리고 몽상가적 이상주의자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막과 4막에서 그는 연민과 동정심 그리고 상처를 오래 지니고 있는 민감한 성격을 가진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병으로 쇠약해진 그녀를 위해 미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누르고 그녀를 보내줍니다. 그녀의 병이 악화되는 것보다는 자신의 심장이 무너지는 것을 택한 희생이었습니다. 소프라노 '무제타'의 직업은 카바레의 밤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입니다. 그녀의 밝고, 쾌활하며, 강한 성격은 미미의 성격과 대조되며 오페라 라 보엠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연인 '마르첼로'와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녀는 건강이 나빠지는 미미를 걱정하는 동정심과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팔아서라도 미미를 도와주려는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입니다. 바리톤 '마르첼로'는 화가입니다. '무제타'의 연인이고 시인 로돌포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잡했던 '무제타'와의 과거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유혹에 다시 쉽게 빠져 버리는 충동적 성격을 가졌으며, 힘든 시기들을 거치면서도 예술가 친구들 특히 로돌포와의 관계를 이어오는 우정을 중요시하는 남자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환상

오페라 라 보엠의 초연이 1896년이었으니 이미 1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라 보엠을 사랑하고,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라 보엠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인기가 시들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페라 라 보엠의 등장인물들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세상 사람들이 아닌 나와 너 바로 우리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들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그 이유로 괴로워하며, 때로는 즐거워하는 무대 위의 인물들을 보며 우리는 감정이입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미와 로돌포 그리고 무제타와 마르첼로 조금은 다른 두 연인들의 시작을 보며 우리가 겪었던 풋풋했던 사랑을 떠 올리게 되고, 3막에서 사랑하지만 그래서 함께 하고 싶지만 자신은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미미를 떠나보내는 로돌포를 보며,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꼭 해주고 싶은 누군가에게 꼭 해주어야 할 무언가를 해주지 못했던 고통을 떠 올리게 됩니다. 어둡고 암울할 것만 같은 세상을 다락방 네 친구가 헤쳐 나가는 것을 보며 내 곁을 지켜주는 진실한 친구에게 감사를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미미의 죽음 앞에 자신의 것을 희생하며 진심으로 위로하고 걱정하는 로돌포, 무제타, 마르첼로, 콜리네를 보며 인간이 당연히 가져야 할 인간성이라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들과 사건들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이 모든 스토리에 천재 푸치니의 심장을 흔드는 멜로디와 오케스트레이션이 더 해져 그 감동은 배가 되는 것입니다. 오페라 라보엠은 겨울에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눈이 내린 밤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페라 극장에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장소에서 주위를 아주 어둡게 하고 혼자 라 보엠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막이 내리기 전 '미미' '미미'를 외치는 로돌포의 절규가 메말라 없어진 줄 알았던 뜨거운 심장을 다시 뛰게 해 줄 겁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