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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과 내용

by BRAVO71 2024. 6. 13.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자곡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작곡가 주세페 디 베르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

베르디 오페라'라 트라비아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페라 원작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백꽃 아가씨'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원작자인 '알렉상드르 뒤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입니다. 둘 다 이름이 같은데 이유는 유명한 소설가였던 아버지 뒤마가 혼외자로 태어난 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후대의 사람들이 두 명의 알렉상드르 뒤마를 구분하기 위해 아들 뒤마의 이름 끝에 junior란 의미의 프랑스어 fils를 붙여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라고 부르게 됩니다.

 

사생아였던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하류 계층의 비참한 삶과 상류 계층의 부조리를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당연히 이런 경험들은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습니다.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이 되는 그의 소설 '동백꽃 아가씨'는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 고급 창녀였던 '마리 뒤플레시스'와 사랑을 했고, 아버지 뒤마는 심한 반대를 합니다. 뒤마 피스는 이 경험을 '동백꽃 아가씨'로 출간하게 됩니다.

 

마리 뒤플레시스는 많은 예술가들과 함께 파리 몽마르트 묘지에 묻혀 있으며, 요즘도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의 실제 여주인공의 묘를 찾아 꽃을 두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소설명이 '동백꽃 아가씨'인 이유는 소설 속 여주인공 '마르그리트 고티에'가 동백꽃을 좋아해 항상 지니고 다녀 붙여진 이름입니다. 동백꽃은 순수함, 사랑, 애정, 강인함, 희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순수함을 가진 여주인공을 가장 잘 나타내는 꽃일 것입니다.

내용

베르디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의 뜻부터 살펴보겠습니다. 'La'는 여성형 명사 앞에 나오는 정관사이고, 'tra'는 '사이' 'via'는 '길'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합성어입니다. 길 사이에 서 있는 여자라는 의미가 됩니다. 'traviare'라는 동사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하다'라는 뜻에서 파생했습니다. 오페라 여주인공의 이름은 '비올레타 발레리'(Violetta Valery)입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왔지만, 타고난 미모와 명철한 머리로 파리 사교계 여왕의 자리에 오른 2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돈 많은 귀족들의 후원으로 살아가는 고급 매춘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페라 1막에서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 제르몽' (Alfredo Germont)과 비올레타가 만나는 저택도 비올레타의 소유며, 그 당시 그녀의 후원자는 듀폴 남작이었습니다. 남주인공 알프레도는 법대를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프랑스 남부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제르몽'은 작은 도시의 세무서장 정도의 지위를 가진 신흥 부르주아 계급이었습니다. 젊고 혈기 왕성한 그리고 서툴고 순박한 사람이었습니다.

 

오페라에서의 첫 만남은 비올레타의 집 연회장이었지만, 비올레타를 우연히 만난 1년 전부터 그녀를 사모하고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고 있었던 겁니다. 그녀가 아프다는 소문을 듣고 매일 찾아가 하인에게 꽃을 전해달라 하고 비올레타의 안부만 묻고 돌아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첫 만남을 가진 연회장에서 알프레도는 연회를 축하하는 축시를 하게 됩니다. 술을 권하는 권주가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입니다. 알프레도는 처음에는 사양하지만 비올레타가 들어보고 싶다고 하자 용기를 내 권주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이중창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축배의 노래'(Brindisi)입니다.

 

식사를 마친 좌중들이 춤을 추기 위해 이동하는데 비올레타는 어지러움을 느껴 혼자 남게 되고, 계속 그녀를 지켜보던 알프레도가 다가옵니다. 비올레타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알프레도는 '일 년 전 당신을 본 날부터 나는 당신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살아왔다'라고 고백하고 비올레타는 ' 나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우정뿐이니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오'라고 답합니다. 이 둘의 대화가 너무도 아름다운 이중창 'un di felice eterea'입니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는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부르는 3개의 아름다운 2중창과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과 비올레타의 길지만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이중창이 유명합니다.

 

알프레도를 거절하면서도 비올레타는 그의 순수한 사랑에 마음이 조금 움직이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지니고 있던 동백꽃을 그에게 주며 이 꽃이 시들 때쯤 자신을 찾아오라고 합니다. 꺾인 꽃은 하루, 이틀이면 시드니 알프레도는 기쁨에 들떠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혼자 남은 비올레타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며 독백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비올레타의 아리아가 '이상해, 이상해' (E strano... E strano...)라는 유명한 노래입니다. '지금까지 돈과 쾌락을 위해 거짓 사랑을 팔아왔고 받아온 사랑이란 것도 모두 거짓이었던 메마른 그녀의 심장에 순박하고 정열적인 알프레도의 마음이 진실로 느껴지고 그 사랑에 모든 걸 맡겨보고 싶은 심정과 사랑 따위에 흔들리지 말고 안정적이고 편안한 지금처럼 쾌락을 즐기며 살아가는 게 나한테 맞는 삶'이라는 두 가지의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2막은 파리 근교 전원에 있는 집이 배경입니다. 결국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택했고 둘만의 보금자리를 차린 겁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버린 비올레타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천국이라는 알프레도의 아리아로 2막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시녀 안니나로부터 비올레타가 자신의 재산들을 팔아 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파리로 떠납니다. 알프레도를 택했다는 것은 듀폴 남작의 후원을 끊겠다는 뜻이며 생활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비올레타는 자신의 재산을 조금씩 정리해 가며 알프레도와 생활해온 것입니다.

 

홀로 남은 집에 알프레도의 아버지 '조르조 제르몽' (Giorgio Germont)이 찾아옵니다. 아들이 매춘부에서 정신이 나가 동거를 하고 있다는 나쁜 소문이 그에게 전달이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비올레타를 형편없는 매춘부쯤으로 여겼으나 대화를 할수록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고, 오히려 자신의 아들이 그녀에게 짐을 지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강압적이었던 그의 태도는 이제 애원하는 입장이 됩니다.

 

알프레도에게는 여동생이 있는데 곧 결혼하게 될 집안에서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떠나지 않으면 혼사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하니 헤어져 달라고 애원합니다. 당신은 젊으니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고 격려하기도 하고, 젊은 당신을 사랑하는 알프레도가 나이 든 당신을 떠날 것이라는 위협도 합니다. 비올레타도 제르몽에게 애원합니다. '이 세상에 나에게는 알프레도밖에 없습니다. 친구도, 친척도 이젠 아무도 없습니다. 알프레도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나는 병에 걸려 얼마를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가 없다면 나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비올레타는 제르몽의 청을 들어주고 알프레도를 떠나게 됩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작별 편지를 보고, 예전의 화려한 삶을 찾아 돌아간 것이라는 오해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비올레타에게 복수하기 위해 파리로 떠납니다. 참 어리석고, 어린 사람입니다. 2막 2장 비올레타의 친구인 플로라의 집에서 열린 연회장에서 알프레도는 도박으로 딴 많은 돈을 비올레타의 얼굴에 뿌리며 모욕을 줍니다. 모든 좌중이 분노하고 듀폴 남작은 알프레도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던 제르몽도 알프레도를 꾸짖고, 알프레도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혼절해 쓰러진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아직도 사랑하며 그가 언젠가는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군중들의 합창과 각 등장인물의 내면을 노래하는 화려한 중창과 함께 2막 2장의 막이 내립니다.

 

3막의 배경은 파리에 있는 비올레타의 방입니다. 밖은 사육제 축제로 떠들썩한데 비올레타의 방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2막과 3막 사이에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나있습니다. 비올레타는 제르몽이 보낸 편지를 읽습니다. 이미 수도 없이 읽은 편지입니다. 결투에서 상처를 입었던 듀폴 남작은 나아가고 있고, 외국에 나가 있는 알프레도와 잘못을 깨달은 자신도 곧 비올레타를 찾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 E tardi...!' '너무 늦었어 ! 라고 흐느낍니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비올레타의 '안녕 지난날들이여'(Addio del passato)라는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아름다웠던 지난날들이여 안녕, 장밋빛이었던 얼굴도 초췌해지고 알프레도의 사랑도 내게 없다. 하나님 이제 모든 게 끝입니다. 나의 무덤에는 묘비도 없을 것이며, 눈물도 꽃도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 잘못된 삶을 살아온 저에게 미소를 보내주세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제 모든 것이 끝입니다.'

 

비올레타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알프레도가 달려 들어옵니다. 자신의 죄를 용서해 준다면 평생 당신이 받은 고통을 보상하며 살겠다며 행복해하는 비올레타와 포옹합니다. 그리고 '파리를 떠나 둘만의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라는 이중창 'parigi o cara'를 부릅니다. 둘은 희망과 기쁨에 들떠있지만 비올레타의 병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떠나며 '라 트라비아타'의 막이 닫힙니다.

 

감동 포인트

베르디는 프랑스 파리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알렉상드르 뒤마'의 연극 '동백꽃 아가씨'를 보고 4주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오페라'라 트라비아타'를 완성했습니다. 당시 베르디는 첫째 부인과 그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모두 잃고 만난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와 연인 사이였습니다. 베르디를 최고 작곡가 자리에 올려놓은 '아이다'에서 주역을 맡았던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가 베르디를 만나기 전 유부남의 자녀를 낳은 전력으로 인해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이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동백꽃 아가씨'를 본 시기도 이탈리아인들의 관심과 비난에서 벗어나 정신적 안정을 취하기 위해 일종의 도피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뒤마의 연극 '동백꽃 아가씨'는 그가 빠져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는 비록 몸을 파는 매춘부지만 모든 걸 바쳐 사랑하고, 희생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스트레포니'를 대변했고, 고상한 척하지만 자신을 위해서 타인의 희생 정도는 쉽게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제르몽을 보여주며 스트레포니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꾸짖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더 인간적이며 옳은 삶을 사는 것인가? 똑똑히 보고 생각해 봐라."라고 베르디는 말하고 있습니다.

 

'라 트라비아타'를 여러 번 봤는데 볼 때마다 항상 울컥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1막 2장의 장면으로 알프레도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비올레타가 떠나기 전 알프레도를 껴안고 부르는 장면입니다. 알프레도를 떠나는 건 고통 속의 죽음이란 걸 알지만, 그녀는 알프레도의 미래를, 그의 여동생을, 그의 가족을 위해 희생을 선택합니다. 그녀 자신보다 알프레도를 더 사랑했기에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결단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웠고, 힘들었겠습니까? 이별의 편지를 쓰며 신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할 만큼 힘들었던 비올레타였습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행동이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립니다. 그녀의 눈에 눈물 자국도 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의 질문에 비올레타가 답합니다. "Di lagrime avea d'uopo... or son tranquilla... Lo vedi?... Ti sorrido..." "눈물 흘릴 일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온합니다. 보세요. 웃고 있잖아요" "Saro la, tra quei fiori presso a te sempre." "저기 당신과 가까운 꽃들 사이에서 항상 당신과 함께 있을 겁니다." "Amami, Alfredo, quant'io t'amo. Alfredo, Amami Afredo quant'io t'amo, quant'io t'amo... Addio." "나를 사랑해 주세요. 알프레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 주세요. 알프레도,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사랑이란 겁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당신이 한 번만이라도  나를 사랑해 준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녀의 진심이었을 겁니다. 음악 역시 극적이며, 매우 아름답습니다. 때문에 이 장면에선 항상 나의 심장이 동요를 일으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뇌리와 심장에 박혀있는 장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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